채혈할 때 왜 아플까? 사람마다 다르게 아픈 이유와 덜 아프게 채혈 받는 법
채혈실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듣는 말이 있어요. “선생님, 살살 해주세요.” 그리고 가끔은 “저번엔 하나도 안 아팠는데 왜 오늘은 이렇게 아파요?” 하는 말씀도 듣죠.
심지어는 특정 선생님을 지정해서 채혈을 요구하시는 분들도 많이 계십니다.
아파서 오신 분들이니 당연히 채혈이라도 아프게 하고 싶지 않은 마음 십분 이해한답니다.
같은 팔에 같은 검사인데 왜 이런 차이가 생기는지, 그리고 조금이라도 덜 아프게 맞으려면 뭘 해야 하는지 현장에서 보는 대로 정리해볼게요.
채혈이 아픈 이유
채혈할 때 느끼는 따끔함은 대부분 바늘이 피부와 그 바로 아래 조직을 통과하는 순간에 생겨요. 피부에는 통증을 감지하는 신경 말단이 촘촘하게 퍼져 있어서, 바늘이 아무리 가늘어도 한 번은 느끼게 됩니다.
여기에 아픈 정도를 바꾸는 요소가 몇 가지 더 붙어요.
- 바늘 굵기: 게이지(gauge, 바늘 굵기를 나타내는 단위로 숫자가 클수록 얇은 바늘)에 따라 체감이 달라져요
- 혈관의 위치와 깊이: 깊이 있거나 가는 혈관일수록 바늘이 머무는 시간이 길어져요
- 소독용 알코올 : 소독용 알코올이 마르지 않은 채로 채혈로 인해 피부에 상처가 나면 따끔합니다.
나머지는 환자분 상태와 관련이 있어요. 긴장하면 팔 근육이 굳고 혈관도 좁아져서 같은 바늘이 더 아프게 느껴지거든요. 몸에 수분이 부족하거나 손발이 차가운 날에도 혈관이 잘 안 잡혀서 아픈 경우가 많고요.
소독용 알코올이 마르기 전에 찌르면 바늘에 의한 상처에 알코올이 닿아 시리게 따끔 하기도 합니다. 반드시 소독 후 잠깐 기다려서 완전히 마른 후 채혈을 하는 것도 은근히 중요합니다.
같은 검사인데 사람마다 다른 이유
채혈 잘하는 사람이 따로 있나요?
있다고 생각합니다. 혈관 위치를 손끝으로 읽는 감각, 바늘을 넣는 각도와 속도 조절에 따라 확실히 차이가 난답니다.
이러한 숙련도는 경험이 쌓일수록 좋아집니다.
다만 숙련도가 전부는 아니에요. 경험이 많고, 숙련된 사람이 뽑아도 혈관의 컨디션이 좋은 날과 나쁜 날에 따라 아플수도 초보자가 하더라도 아프지 않을 수도 있답니다.
저의 경험에 의하면, 환자들은 본인이 혈관이 좋으신 분인지 안 좋으신 분인지 아시는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그래서 실제 채혈 하시는 분들도 딱 보았을 때 혈관이 좋지 않으면 최대한 한번에 성공하기 위하여 경력이 많으신 선생님에게 요청 드리곤 합니다.
보통 본인의 혈관이 안 좋으신 분들은 미리 경력자에게 요청하시거나, 혈관이 안 좋으니 주의 해 달라고 많이 요청 하십니다.
혈관이 안 보이면 더 아픈가요?
그런 경우가 매우 많습니다. 혈관이 가늘거나, 깊게 있거나, 혈관에 텐션이 너무 좋으면 바늘을 넣었을 때 옆으로 튕겨져 나간다던가 한다면 위치를 다시 잡느라 바늘이 피부 속에서 움직이게 돼요. 바늘을 넣어 혈관을 찾는 과정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면 아플 확률이 훨씬 늘어난답니다.
그러나 환자분들 특성에 따라 “아파도 괜찮으니 한번에 뽑아주세요.”, “너무 아프니 빼고 다시 해주세요.” 하시는 분들로 갈린답니다.
전엔 안 아팠는데 오늘만 아픈 건 왜일까요?
그날 컨디션이 가장 흔한 이유예요. 날이 추워서 혈관이 수축했거나, 긴장해서 팔에 힘이 들어가 있거나. 채혈하는 팔이 달라진 경우도 있어요. 사람마다 혈관이 더 잘 잡히는 쪽이 있는데 일반인 분들은 이런 정보를 잘 알지 못하니 채혈 할 때 마다 다른 팔을 내미는 경우가 있습니다.
덜 아프게 맞는 방법
- 검사 전에 물을 충분히 마시기 (금식 검사라면 물이 가능한지 병원 안내를 먼저 확인하세요)
- 혈관이 잘 잡히는 쪽 팔이 있으면 미리 말씀드리기
- 팔에 힘을 빼고 주먹은 가볍게 쥐기
바늘 보는 게 무서우면 고개를 돌리고 계셔도 괜찮아요. 하나만 꼭 부탁드리고 싶은 건, 따끔한 순간에 팔을 빼지 않는 거예요. 바늘이 들어간 상태에서 팔이 움직이면 훨씬 아프고 멍이 들 가능성도 커집니다.
이런 분들은 미리 말씀해 주세요
채혈하다가 어지럽거나 식은땀이 났던 적이 있다면 꼭 먼저 알려주세요. 긴장이나 통증 때문에 갑자기 혈압이 떨어지는 혈관미주신경 반응(몸이 놀라서 어지럽고 하얘지는 반응)일 수 있어요.
응급실이 있는 병원에서 채혈을 하신다면 충분히 빠른 시간 내에 후 처치를 받으실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적절한 후처치를 빠르게 받으실 수 없을 수 있으니, 반드시 미리 말씀해주시면 누운 자세로 채혈하는 등 대처가 가능합니다.
두려워 하지 마시고, 채혈 하는 임상병리사 분들을 믿고 편한 마음으로 채혈에 임해 주세요.
채혈은 짧은 순간이지만 긴장되는 건 누구나 마찬가지예요. 아픈 이유를 알고 가면 마음이 한결 편해지기도 하고요. 다음 검사 때는 물 한 잔 마시고, 팔에 힘 빼고, 궁금한 건 편하게 물어보세요.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와 제 경험을 정리한 것으로, 개인별 건강 상태에 대한 진단이나 의학적 조언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몸에 이상이 있거나 걱정되는 점은 의료진과 상담하세요.
hoo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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